단과대의 변화

최근 내가 다니는 학부에서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학장님이 매주 학생과의 시간을 갖고, 학장님이 직접 학생들을 위해 단과대학 소식을 알려주는 메일을 보내주시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일일히 코멘트를 달아주신다. 비록 내가 목요 대화에 수업상 갈수가 없는 입장이라, 가보지도 않고 여기서 뭔가를 평가하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난 틈을 이용해서 뭔가를 써보려 한다.

변화의 긍정적인 면은, 무엇보다도, 조그마한 데에서부터 "대화"와 "소통"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뭐, 어찌보면 사소한 것일수 있다. 그러나 모든 관계는 사소한 관계에서의 신뢰축적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마음을 털어놓을수 있는 상대라도, 처음 만났을때에는 분명 경계했을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볼때, 학장님게서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내게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이러한 대화를 통해 학생과 교수님들 간의 대화가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나 두가지 면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소통 주제의 선점이고, 또 하나는 공적 관계에 대한 사적 포섭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를 지금 이야기하기엔 너무 성급하다고 보이는데, 이러한 대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멋대로 구분하자면 대화에는 일반적으로 두가지 정도의 양상이 나타난다. 하나는 사적 관계의 양상으로서, 조그마한 사항(이름이라던지)에서 시작해서 마음속 깊은이야기로 향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실력 관계로서, 양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을 위한 소통을 하는 것이다. 전자가 사적이라면 후자는 공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나는 그동안 대학 사회에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전자의 소통이 부재 혹은 잊혀진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분명 학교측과 이야기를 해서 바꾸고 싶었던게 있었을 것이고, 학교측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으나 그렇게 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 혹은 있더라도 그 이유를 밝히고 대화하는 것보다는 그냥 학생을 무시하는 것이 좀더 (학교측 입장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따라서 학생 사회는 실력 행사를 통해서 대화를 이끌어내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사적 관계의 양상으로서 소통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다. 최소한 내가 아는 짧은 대학 사에서 이러한 관계의 양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따라서 이것이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대화를 처음 시작하신 김진우 학장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학생들과의 대화의 통로를 열어놓는 다는 것은, 적어도 앞으로 있을 대학의 이슈에 관해서 학생들을 고려해서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학교 행정의 비능률(적어도 기존의 학교 당국자들이 보기에는)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려는 생각을 하신것 만으로도, 학장님은 충분히 옳은 결정을 하셨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는 시간이 지속되면 관계가 깊어지듯, 지금은 단순한 학생 민원 처리 및 대학 발전에 대한 학생 의견 수렴에서 나아가서, 진정으로 학교 발전을 위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 학부 안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정말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그 어느 학과에도 없다고 여겨지는, 우리 학부의 장점인데, 독특한 충원 구조때문에 그렇다. 자세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물어보시면 비밀 댓글 달아드리겠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우리 학부 발전 로드맵 구상 공모전 등을 해서 맡기면 충분히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을 교수님들이 평가하는 과정에서 학생도, 교수님들도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항상 궁금했던 것은, 왜 종합대학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큰 인적자원, 학생을 활용하지 않을까이다. 각종 학생회칙 및 학교 의사결정 구조에 관한 회칙은 법과대 학생들이 보면서 그것이 가진 기본 원리 및 민주성과 같은 가치가 들어있는지 아닌지를 평가한다. 경영대 학생들은 학교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면서 학교를 평가하는 동시에 자신의 실력을 키운다. 마케팅하는 학생들은 학교 마케팅 안을 직접 만들어가고, 학교 측에서는 적당히 괜찮은 것을 뽑아서 실제로 마케팅을 한다. 사회학과 학생들은 우리학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각종 사회학 이론을 실증연구해보고, 이를 연구의 바탕으로 삼는다. 역사학과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역사 방법론으로 학교의 역사를 서술한다. 학생은 학습효과를 얻고, 학교 측에서는 비용 대비 우수한 학생들을 활용함으로서 윈윈을 얻을수 있는데 왜 안하고 있는지 참 궁금했다.

이번 김진우 학장님의 대화는, 지금과 같은 신뢰 구축의 단계를 거쳐서, 앞으로 학생과 학교가 서로 대화해서 같이 발전 시켜야할 것이다. 물론 나는 무조건적인 학교측의 입장 대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 소통의 장이 하나가 마련된 만큼, 이 소통의 장을 잘 살려서 학생의 권리를 얻어내자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소통의 장이 합리적 소통의 장이 아닌, 단순히 듣는것만으로 끝나는 장이 된다면, 나는 미련없이 내 권리를 위해서 짱돌을 들 것이다.

아무쪼록 소통의 길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 이 소통이 잘 이어져서, 나중에 내가 이 학교를 다시 찾았을때, 학교 사람들이 우리는 합리적 소통구조를 가지고 있고, 김진우 학장님의 소통 시작이 학교에서는 학생, 교직원, 재단 3주체의 이야기를 잘 반영하게 되는 시초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P.S> 어쩌면 내가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난 2년동안 대학 안에서의 소통의 부재를 절실히 느꼈다. 따라서 이러한 작은 소통의 실마리가 생긴것에 환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by 루시앨 | 2007/12/05 22:45 | 잡담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freecracy.egloos.com/tb/398618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