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 철수에 대한 잡상 - 문제 원인에 대한 관점 전환.

저작권은 이글루스에서 언제나 민감한 문제인데, 이는 이글루스의 인적구성에서 크리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것 같다. (사실 그런점때문에 이글루스를 좋아한다.)

1. 우선 철수와 관련해서 불법 다운로더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사실 저작권 자체가 Legal right라는 점에서 약간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는것 같다. 일종의 (가격 이외의) 정보 전달경로인것으로 볼수 있을수도.

2. 컨텐츠 시장만의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불법 다운로더들에게 이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 뿐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선호체계는 큰 변화가 없으며, 현재까지 가장 확실하게 알려진 선호체계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은 오직 신상품 개발 뿐이기 때문이다. (전쟁 등의 큰 사회적 격변도 있을수 있으나, 이 경우 선호체계의 변화와 예산선의 변화를 분리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들은 현재 워너브러더스 사태를 비난하는 사람들과 달리 서플먼트의 효용을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그들의 선호체계 내에서 서플먼트의 존재가 없을수 있다.) 이런 선호체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불법 다운로드야 말로 효용극대화에 따라 행동하는 소비자의 전형적인 합리적 소비라 할 수 있다. 몇천원만 내면 영화를 몇개고 다운 받아 볼수 있다. 영화관은 하나당 8천원, DVD는 하나당 2만원이나 하니까. 이를 타국보다 싼데도 안사네 어쩌네 하면서 비난하는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애초에 지역별로 DVD 판매 영역을 나누어서 (즉, DVD에 지역코드를 넣어서) 독점에서의 가격차별화에 따른 이익을 누리려 했던 이들은 컨텐츠 업계였다. 그리고 지역코드 때문에 컨텐츠 업계가 국제적 가격차별을 할수 있어서 한국의 가격이 쌌던 것이고, 이는 개별 주체로는 미국 소비자들의 후생 손실을, 사회적으로는 전체 세계의 후생 손실을 담보로 하였다.)

2-1. 오히려 이 문제는 웹하드, 공유 업계와 컨텐츠 제공 업계의 다툼으로 보는게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 현재의 사태는 둘간의 대결에서 웹하드 업계가 최종적으로 승리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공유업계 측에는 자발적으로 자막 제작에 협력하는 이들이 많이 붙어있었는데, 컨텐츠 제공 업계가 이들을 당해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2. 그렇다면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현재의 검색어 금칙 정책을 폐기하고, 업로더와 다운로더의 파일을 전송단계에서부터 통제하는 동시에(즉 적발확률을 높이고) 그 벌금을 무겁게 하는 것이다. (즉 다운로드의 기대값, 기대효용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걸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책은, 저작권 파파라치제에 더해서 불법 공유가 적발되면 웹하드 회사의 법인 등록을 취소하는 것일게다.

2-2-1. 전송단계에서 파일을 통제하는 방식은 아마 많은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킬것 같다. (사실상 모든 패킷을 검사할수 있다는 말인데, 이는 악용될 경우 모든 종류의 통신이 검열될수 있다. 자세히 안찾아봐서 모르지만 대충 살펴보니 미국 FBI에서 하는 방식이 패킷 필터링인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911때 만들어진 정보감시법에 의거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연 한국에서 그런 법안을 도입할 수 있을까? 아마 불법 다운로드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그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해선 쉽게 용인할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2-2-2. 그리고 내가 제시한 해결책은 아마 실현되지 못할것 같은데, 대개의 경우 소비자의 경우 현재 상황은 약간의 손해만 보는 반면에, 즉 현재 사태로 인해서 그들이 집단행동을 할만큼 손해를 보진 않는데 반해, 이익집단(웹하드업계 등)은 그로부터 큰 이득을 얻기에 규제에 있어서 소비자보다는 이익집단의 영향력이 세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약한 저작권 규제는 일종의 규제 포획으로 볼 여지도 있다.)

3. 또 다른 해결책은, 사실 경제학과 경영학이 겹치는 영역인데, DVD 서플먼트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문제는 컨텐츠제공자들이 DVD에 서플먼트를 끼워팔기 해왔기에 벌어진 것이라고도 볼수 있다. 만약 서플먼트만의 시장이 만들어질수 있다면 아마 불법 다운로더와 상관없이 유료로 이용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사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컨텐츠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항상 이익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말했지만, 컨텐츠 같은 비경합성을 가진 재화는 가격이 0원 이상인 한 무조건 공급자가 이익을 보게 되있다. (물론 매몰비용은 제외하고. 설령 매몰비용을 따지더라도 이익인것이, 이미 일본과 미국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매몰비용은 그쪽에서 건지고도 남을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응하지 않을리가 없다. (다만 독점력을 갖고 있기에 원하는 가격에 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1. 구체적인 방법은 수요량에 따라 달라진다. 서플먼트 수요량이 많다면 아마 일반 기업이 수요를 눈치채고 곧 중개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정보의 소통부재 내지는 여러 시장실패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면, 혹은 수요량이 적다면 DVD 컨텐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종의 생협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즉, 생협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각 개인들이 원하는 컨텐츠와 최대지불가능가격을 모은다. (이때 컨텐츠 제작사와의 협상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최대지불가능가격에 대한 정보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서플먼트에 대해 어느정도 수요가 모였다면 생협의 대표와 컨텐츠 제작자가 수요가 있는 여러 컨텐츠에 대해서 자막 추가에 관한 라이센스를 협상해서 계약하고, 번역을 해서 그 회원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3-1-1. 이 경우 생협의 이점, 즉 구매자를 생협측에서 제한 시킬수 있다는 이점은 아마 컨텐츠 제공자에게 매력적일 것인데,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 평등인 가격 앞에서의 평등을 무력화시킴으로서, 컨텐츠의 독점권을 더 잘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컨텐츠 제공자는 생협에게 불법 복제 판본 유출시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할 수 있고, 이때 생협 측에서는 회원 관리를 철저히 해서, 즉 불법 복제한 사람에게 업무방해 및 사기죄 등을 적용한다는 위협등을 통해, 혹은 회원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함을 통해서 회원들을 관리할 유인을 갖게 된다.)또한 컨텐츠제공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아웃소싱에 의한 국제적 가격차별"을 시도함으로서 역시나 현재보다 추가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후생 증대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컨텐츠제공자가 위와같은 생협의 등장을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다.

3-1-2.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인데, 생협을 통해서 수요가 창출되므로 현재의 서플먼트 수요를 충족할 수 있으며, 생협은 기업보다 주인-대리인 문제가 덜한만큼 (왜냐하면 기업과 같은 1원 1표의 형식이 아니라 1인 1표의 형식을 띠기 때문이다.) 첫 시작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요와 지지 회원들(열성회원들)만 확보된다면 시장보다 질좋은 번역과 공급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집단적으로 사기때문에 일종의 수요곡선을 형성해서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기까지 한다. 다만 서플먼트 가격은 기존보다 비싸질 것인데, 이는 서플먼트 수요가 DVD 수요보다 적기 때문이다.

4. 따라서 나는 현재 서플먼트 수요자가 해야할 일은, 불법다운로더를 비난하는 비생산적인 일에 노력을 쓰는것이 아니라, 수요자들끼리 모여서 생협과 같은 단체를 결성하고 자신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본다.

P.S> 사실 이건 개인적 가치관인데,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때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는것이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감정적인 마인드는 해결책을 찾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그 이유를 인간의 선호체계와 같은 바꿀수 없는 것으로 돌려버리면 더더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찾기 어려워진다.

by 루시앨 | 2008/11/11 14:36 | 잡담 | 트랙백(1) | 덧글(16)

트랙백 주소 : http://freecracy.egloos.com/tb/472435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산왕의 건전성추구위원회 at 2008/11/11 22:15

제목 : 워너 홈비디오 코리아의 DVD사업 철수를 보고.
-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한국 모 잡지에 재미난 칼럼이 실렸습니다. '딸이 미국에 유학가 있는데 한국왔길래 영화보러 가자고 했더니 웬만한건 다 봤다더라. 어떻게 봤냐고 물어보니 다 다운받아 봤다며 친구들에게도 다운받는 법 가르쳐주고 아깝게 돈쓰지 말라고 권해서 기숙사에 다운로드받아 보는 풍조가 퍼졌다고 이야기하더라' 는 내용이었죠. 당시에는 저작권 문제도 관련되어 있는 알바를 뛰고 있었기 때문에 문화상품시장에서 한국인의 이미지가 우리가......more

Commented by 이건 at 2008/11/11 14:48
딱 중학생 정도가 할 만한 발상이네요

잘봤습니다(웃음)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11/11 15:00
아직 제 얼굴 사진은 올린적이 없는데요.
Commented by 캣츠아이 at 2008/11/11 14:51
^-^; 미국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그야말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봤겠죠.

돈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미국 메이져 회사가 두 손 다 들었다는 것 자체로. 뭐 한편으론 대단하다고 봐야할 수 밖에요...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11/11 15:02
예 :) 어떤 수요공급일지라도 인간의 선호체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말이지요.

본격적으로 더 깊게 나가면 지적 생산물에 대해서 어떤 가격체계와 어떤 유통경로를 만들어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효용)을 누릴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겠지만, 그건 제 능력과 글의 범위를 벗어나서(ㅠ)
Commented by 근성공돌 at 2008/11/11 15:04
아뇨. 워너 아해들 온라인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더 현명한 생각이죠.
IPTV가 이 정도로 깔려주면 보통 분들은 그냥 스트리밍으로 보는게 더 편하고 빠르죠.

제발 온라인 미비하고 정품 사러 차 몰고 나가는 것과 복제품 사러 차 몰고 나가는
미국하고 비교하지 마시죠. 환경이 다르면 전략도 바뀝니다. 거기에다가 미국은
아시겠지만, '밤문화'가 없습니다. 그러니 DVD같은 넘들의 중요성이 크죠.

ps. 사실 시니컬하게...이야기하면 정품 DVD 가격에는 서플먼트 제작비 역시 들어가고,
그냥 영화만 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그 가격은 낭비에 지나지 않죠.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11/11 15:09
첫문단에 대해서, IPTV가 깔린다면 말씀하신대로 DVD보단 스트리밍 시장이 더 발달할것 같군요. 하지만 본문의 주제는 그것이 아닌데요. 워너브러더스 철수로 인해서 일어나는 DVD 서플먼트 시장의 사라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주제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글을 제대로 못쓴것 같습니다.

두번째 문단에선, 글에서 미국과 비교한 부분이 어디인가요...? 미국과 비교한 부분은 없는데요.

P.S.와 관련해선, 그 서플먼트 시장이 누군가에게는 재화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을 적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서플먼트 시장의 수요자중 하나니까요.
Commented by 근성공돌 at 2008/11/11 15:12
캣츠아이님 의견에 대해 리플 달려고 했는데 위치가 틀렸습니다.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11/11 15:13
아 그러셨군요;;;;
괜찮습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1/11 16:19
저는 서플과 관계없이 두 가지 점에서 DVD를 선호합니다. 하나는 화질 문제, 또 하나는 PC에 장악당하기 싫다는 점이지요.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11/11 18:06
예. 사람마다 선호체계가 다를 수 있지요. 아마 DVD의 경우도 본문에 제시된 것과 유사한 방식을 통해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1/11 18:14
저 같으면 본편을 사고 화질 음질이 중요하지 않은 서플을 다운받는 편을 더 선호하겠지만요...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11/11 21:02
근데 서플 자막은 올라오지 않던것 같던데요사실;;
Commented by 증기우유 at 2008/11/11 18:23
벨리에 올라와있는걸보고 왔습니다.
확실히 서플먼트 시장이라도 따로 나왔으면하네요; 영화랑 서플먼트 둘다 잡기위해 dvd를 구입했는데 앞으로 막막합니다.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11/11 21:02
예.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ㅠ
Commented by 카바론 at 2008/11/12 10:17
"DVD는 죽었어! 더는 없어!! 하지만 내 컴퓨터에, P2P에 올라가 계속 살아가!!!
한번 립한다면 셔플까지 구우리라, 폭스워너 다 고사해도, 결국 쳐부수고 립한다면 이몸의 승리다!!
우리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우리는 우리다, 다운족과는 달라, 우리는 리퍼들이다!!!"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11/12 13:45
^^;

맑스적 관점이지만, 생산수단의 변화에 따라 항상 문화도 바뀌어왔죠. 봉건제에서 근대로의 변화는 클래식에서 이른바 (현재와 같은 기업들에 의한) 대중 문화를 만들어 왔는데, 현재는 근대 안에서 문화 재화의 비경합성이 증대했기 때문에 또 다른 종류의 문화가 만들어 질것 같네요. 물론 이미 있던 문화가 쇠퇴함에 따라 그 지지자들은 슬퍼할수밖에 없지만 말이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